게임은 없다, There is no game

2016. 12. 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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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딩을 안한다면서 저 막대는 뭐냐?


     게임을 접속하자마자 'Not Loading' 이 떠 있다. 이건 무슨 헛소리지? 그럼 나는 왜 기다리고 있는건지 얘기해봐.


     플래시게임으로 오로지 마우스 혹은 터치로만 진행하는 게임이다. 게임 내에 나레이션이 존재하며 목소리가 굵은 남자와 화면을 매개체로 그와 일종의 소통을 하는 방식으로 흘러간다.






반가워 유저야!


     위의 대사가 나레이션의 대사이며 중앙의 문장은 그냥 '게임이 없다' 만 계속 떠있다. 그렇지만 난 게임을 하러 왔는데 게임이 없다니. 이건 무슨 소리야.







     그래서 그냥 다 갈아엎었는데 엎는 도중에 뭔가 자꾸 이상한게 튀어나온다. 졸지에 '네모 4개가 있다' 라는 문장으로 바뀌어 버렸다.






저 나무는 신경쓰지말자


     그래서 알파벳 몇 개로 끼어놓아 친절하게 MEET! 우리는 만나고 있잖아! '그곳에 만남이 있다' 라고 만들어놓았는데


     "…."


     "…."


     뻘줌하게 아무 말도 없다. 미안.. 그냥 헛소리 한 번 해봤어;;







     여튼 난 게임을 하러 왔기 때문에 게임을 찾아냈다. 고전적인 도트 그래픽에 핑크색 …. 제작자가 핑크색을 좋아하는건가?







     게임 클리어! 근데 뭔가 주변이 이상한데?? 아몰랑.






엔딩.. 끝까지 게임이 없다니, 나는 게임을 했어! 그곳엔 게임이 있었다고!


     문득 스탠리 패러블 (The Stanley Parable) 이 떠오르는 게임이었다. 안드로이드 기기와 PC의 플래시로 무료로 즐겨볼 수 있으며 오로지 영어로만 진행되는 게임으로 어느정도 알아듣기 쉬운 영어만 나와서 크게 불편함은 없었다. 플레이타임은 16분을 소모했으며 짧게 즐겨보기 좋다.


     게임의 형태가 게임이지만 게임이 아닌 메타픽션의 형태를 띄고 있다. 단색으로 이루어진 게임화면에 소통 매체라고는 오로지 화면에 나오는 상호작용으로써만 나레이션과 접근할 수 있다. 플레이어가 일종의 틀을 깨부숨으로써 진행되며 거기에 따른 행위들은 아주 단조롭다. 일반적인 게임이 아니라서 접근방법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주며 나에겐 고정관념 까진 아니더라도 발상의 여지를 준 느낌이었다.


     도트 그래픽이 핑크핑크하게 핑크했다(?) 영어에 따른 언어장벽만 아니라면 전혀 어렵지 않으며 나레이션의 익살스러운 말투가 은근히 청개구리처럼 반발심을 일으키는 요소로 흥미와 약간의 재미를 가져다 주었다. 이 앱이 게임의 주체성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놀이로써 충분히 즐겼다면 게임이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다소 햇갈리거나 어렵다고 하더라도 나레이션의 말에 집중하면 거기에 모든 힌트가 있으므로 걱정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