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 리뷰 및 후기 : 한 소년이 잃어버린 10년

2017. 2. 16.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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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생각 없이 봤던 재심은 실화로 바탕된 영화다.

SBS의 '그것이 알고싶다' 에 실제로 이 사건을 바탕으로 가장 먼저 의문에 휩싸여 나왔으며 이를 계기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재심이라는 뜻은 '다시 심판한다' 라고만 얼추 알고 있었는데 이미 확정된 판결에서 당사자나 다른 청구권자에 의해 판결을 다시 내리는 말로 처음 알게됬다.


     이 영화의 초점은 등장인물의 변화를 중점으로 인물과 인물의 만남으로 인한 일종의 성장기를 보여준다. 물론 단순한 성장기가 아닌 접하면서 사람의 마음가짐에 대한 변화가 서서히 눈에 띄게 변한다.


     장르가 휴먼드라마이지만 그렇게 지루하지는 않다. 초반부는 분위기를 풀어놓는 표현들로 피식 웃음이 나오게 나름 재미있는 장면들로 최대한 꾸며놨으며 후반부로 갈 수록 점점 사건에 대해 파헤쳐가면서 감정을 고조시키는 형태이다.

     영화를 보면서 바로 옆자리에서 여자분이 눈물을 훔치는데 팍 터트리는 것이 아닌 고조시켜서 절정으로 끌어올리는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아쉽게도 이 절정을 터트리지 못했다. 최하단 문단에 그 이유를 적어놨는데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



     이 영화를 시사하자면 어찌되었든 실화에서 최대한 이야기를 덧붙인 형태이지만 왜곡되지 않고 사실적으로 내용을 표현하되 인물간의 변화를 다루기에 일종의 성장드라마로써 다소 노골적인 바는 있지만 이는 청자의 생각에 따라 나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여기서 부터 영화의 내용이 상세히 표현되므로 껄끄러운 분들은 뒤로가기를 바란다.



     먼저 전반적으로 연기에 대한 점이 대체로 뛰어났다. 흐름에 있어 껄끄러운 점은 없었지만 모창환 역이 특유의 시큰둥한 표정이 개인적으로 좀 더 조소짓는 표정으로 표현되었으면 더 좋았을 법 했다.

     수정이라는 인물의 표현연기가 그렇게 별로 나오지 않아서 부각되진 않지만 너무 무덤덤하게 보여지는데 자신의 이미지만 생각하는 모습 부분에서 얼핏 이기적으로 보이는 장면을 더 세밀하게 표현했었으면 이준영이 조현우의 멍청함을 표현하는 장면에서 더 부각되게 보여지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스토리의 흐름상 개인적으로 가장 답답한 장면은 수정이라는 인물을 만나고 그 후에 범인을 찾았다고 갑자기 범인이라는 놈을 추격할 때인데 범인을 어떻게 찾았는지에 대한 내용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깡패같이 보이는 친구(?)를 통해 주인공이 나름의 추적을 하여 찾게되지만 이러한 단서들의 토대가 주어진게 별로 없이 진행되서, 내용이 너무 늘어져서 빠르게 마무리 지으려는 듯한 느낌을 없잖아 받았다.

     또한 범인이 어른일 때와 15년 전의 청소년 시기 때의 행동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당당한 태도를 보여도 될텐데 도망친 게 납득이 안되었다. 사건은 한참 이전의 일이고 자수 사건으로 인해 정신병으로 교도소에 들어갔다 하더라도 트라우마로써 도망쳤다고 보기엔 너무 어설프고 재심이 진행된 줄도 모를 판에 이미 마무리 된 사건이라 오히려 당당하게 나갈 법도 한데 추격전으로 표현한 건 다소 아쉽다. 그래도 나름 볼거리이긴 했고 이 후에 다소 클리셰적인 삼류 변호사의 등장에 정의의 심판을 내리겠다라는 표현이 그저 그랬다는게 ..






     영화의 내용에 대해 짧게 느낀바를 써내려본다.

     이야기의 흐름은 단순하다. 먼저 2000년에 살인사건이 일어났던 시간대에 부터 시작되는데 그 소년의 알리바이와 정황증거상 불충분을 경찰에 대한 편견과 권력의 입맞춤으로 인해 거짓으로 강제체포, 14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소년이 살인범으로 붙잡히고 10년을 감옥살이 한다. 하지만 그 소년이 받았던 징역살이는 14년이다. 빽도 없고 돈도 없는 소년이 어떻게 해서 4년을 줄였을까? 그건 바로 살인에 대한 인정. 내용을 보다시피 주인공 '조현우'는 인정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자신의 어머니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않아 자신이 저지르지 않았지만 자술서를 통해 인정했다.

     우리는 이 모습을 통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주인공의 모습에 씁쓸하고 안타까운 현실에 대해 비탄한다. 하지만 이 사건이 재조명되기 전이라면 분명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이제서야 인정한다고 말하지 않았을까?

     우리가 알던 정의의 경찰이 이 사건을 맡아 무사히 범인을 체포했지만 실상은 범인이 아닌 사람을 잡았던 현실. 이미 10년이란 세월이 흘러 뒤늦게 한 변호사에게 눈에 띄어 재심이라는 형식으로 누명을 벗겨진 그 주인공에게 누가 10년이라는 감옥살이를 보상해줄 수 있을까? 이를 정면으로 보는 이들에게 의문을 제기하며 경찰들에게 서슴없이 비판적으로 얘기한다.


     참고로 영화에 나오지 않지만 이 사건을 맡았던 경찰관은 자살을 했다. 아이러니하게 누명을 당한 사건의 주인공에게는 사죄하지 않은 채 가족들에게 짧은 유서를 남기고 진실에 정면으로 마주치지 않은 채 도망쳤다. 이미 죽은 고인에게 뭐라 말하기는 그렇고 이러한 현실에 대해 모든 경찰이 그렇진 않겠지만 '경찰에 대한 이미지에 좀 더 경각심을 가지고 바라봐야 되나' 라는 답답한 심정이 교차했다.




     그리고 이를 맡을 변호사는 돈 밖에 모르던 이준영, 이른바 삼류(?) 변호사가 본의 아니게 일자리를 찾게되면서 이 사건을 접하게 된다. 이 일자리를 소개시켜준 모창환이라는, 우리가 잘 아는 순수하고 정상적인 변호사로 이 이미지가 매우 대비되게 비춰진다. 특히 사건을 접하면서부터 서로의 입장이 뒤바뀌는 모습을 통해 이는 더욱 더 부각되는 형태를 보여준다.


     영화로써 명백히 연출적인 이미지이지만 이는 현실의 고증과 알맞게 보여준다. 로펌이라는 하나의 기업에서 찾으려는 이미지는 착한 이미지다. 올바른 정의의 기업으로써 사건을 올바르게 해결하고 이 사건을 의뢰한 주인공이 정당하다고 증명해준다. 이 영화에서 나오는 로펌의 기업인은 이준영에게 무료 상담이라는 일을 맡기게 되는데 거기서 이 사건을 처음 접하게 된다.

     이러한 구도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현실은 돈이 없으면 무엇이든 하기 쉽지 않다. 특히 이준영이 돈을 쫒으면서 내뱉은 그 언행들은 법률회사에서 접한 의뢰인들, 혹은 의뢰를 하게 될 이들에게 아무리 돈에 얽매이지만 감사할 줄 모른다는 자각심을 일깨우며 또한 변호사들에게도 여러 사건을 접하면서 메마르는 감정을 비판하는, '죄송합니다' 라는 말 조차 말할 줄 모르는 현실에 대해 비판한다.

     이 짜맞추어진 사건을 점점 밝혀가면서 얼룩진 사건의 비밀들은 삼류 변호사에게 참 된 변호사가 무엇인지, 우리가 말하는 정의의 변호사라는 이미지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며 도중에 나오는 마을사람들이 삼류 변호사에게 상담을 하는 장면을 통해 사소한 사건임에도 현실적으로 다가가기 힘든 일들과 변호사의 이미지를 재미있는 장면으로 연출해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우리가 바라보는 변호사에 대한 직위가 접하기 힘들며 다른 직업들에 비해 높음을 시사한다. 솔직히 법과 관계되어 학생인 나로써는 로펌이라는 기업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른다. 간단하게 휴대폰으로 뉴스를 접하지만 영화에서 무료상담이라는 현수막을 걸고 상담을 하려는 이미지를 살아가면서 솔직히 본 적이 없다. 뉴스에서 조차 어떠한 이미지를 구축하는지 본 적이 없는 것 처럼. 이러한 장면들로 새삼 법률회사들에 대해 스스로 관심이 없었으며 여전히 어렵게 느껴지는 걸 깨닫는다.




     살인마가 되기 직전의 타이밍에 이준영의 등장으로, 현재진행형으로 진행중인 경찰들의 비리를 폭력으로 해소하는게 정당치 못하다는 걸 살인마가 될 뻔한 극적인 장면을 통해 보여주며 여기서 내뱉는 장면들로 인해 감정을 폭발시키며 또한 역으로 이러한 현실을 마주할 수 밖에 없는, '법으로 뭘 할 수 있는데' 라는 언행으로 현재의 법을 비판하고 더 나아가 (크게 확대해석 한 것으로) 다른 선진국에 비해 언론의 자유가 억압되어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여러모로 현실에 마주하여 타협할 수 밖에 없는 점을 김영재, 검찰이라는 인물을 통해 보여준다. 로펌을 이끄는 인물이 그 사람 앞에 언행을 조심하라는 얘기들과 뒤따라나가는 모습을 통해 권력에 따르거나 혹은 타협하는 장면들이 이 시대를 반영하는 모습으로 비춰지며 현 시대의 여러 상황들을 비판하고 씁쓸하며 조소하는 것 처럼 느껴졌다.


     영화의 마무리를 아쉽게도 재심을 진행하려는 장면에서 끝이난다. 분명 이 장면까지 넣어서 마무리를 맺었으면 관객들에게 정의는 승리한다라는 이미지와 정당함을 나타내고 결국엔 승소했다는 기쁨을 보여줬겠지만 글로써 마무리를 지어 이러한 감정들을 결정적인 장면으로 회수하지 못한 점이 많이 아쉽다.